드디어 우리를 힘들게도 기쁘게도 만들었던 <프롤레타리의 밤> 독파하기가 끝이 났습니다. 지난 9주 동안 저희 3조에서는 랑시에르의 글을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끙끙거리면서 과제를 써오고 토요일 오전에 만나 웃고 떠들고 싸우기를 반복했습니다. 헛소리들, 난장판, 소통이라기보다는 자기 분출에 가까웠던 시간들... 그리고 가끔 터져나오는 화합의 목소리들. 우리는 서로 정말 다르구나를 절감하기도 했고 서로 차이를 알게 되면서 이해를 조금 할 수 있었습니다. 오래 살았으면서도 제대로 된 난장을 겪지 않았기에 더욱 왁자지껄하지 않았을까요. 어떤 생각이나 욕망을 터놓고 이야기했을 때 마치 <프밤>의 노동자-시인 마냥 해방의 기쁨도 느꼈습니다. 우리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에 옆방에서 공부에 매진중인 규문 청년들이 놀랐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지막 12장은 ‘이카리아’라는 유토피아에 관한 노동자들의 꿈이었습니다. 노동자로서의 현실을 견디다 못해 신대륙에 있는 이카리아로 떠나는 여행에서 그들은 더 이상 수동적인 노동자가 아니었습니다. 꿈을 실현하는 주체이자 억압으로부터 스스로 해방되는 힘을 가진 존재가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다시 혁명이 발발하던 1848년에 1차 선발대가 텍사스로 떠납니다. 미지로의 여행은 기대와 설레임이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프랑스에서 탈출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존재의 도약입니다. 꿈꾸는 것을 해보는 것은 ‘존재와 역량’을 일치시키는 작업입니다. ‘이카리아’는 손을 벌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학인이 말했습니다. 랑시에르의 글 첫부분을 보면 전체 내용에 대한 암시가 있으니 잘 살펴보라고 그러면 ‘이카리아’가 실제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쉽게 판단할 수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텍사스로 떠난 노동자-이카로스들은 희망과 불신을 반복하다가 끝끝내 자신들이 원하던 것을 손에 넣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노정에서 연상되는 것은 약속된 땅이 어디인지, 길이 있기도 없기도 한, “출발지에서 도착지로 가는 그 어떤 노선도 실존하지 않음에도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장소이다... 삼중의 장소- 박해받은 신자들의 사막, 이카리아의 비옥한 유역, 신세계의 미개척지-가 단 하나로 존재하는 뜻이기도 한”(p.474) 곳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런 곳이 존재할까요? 카베는 <이카리아로의 여행>을 통해 사람들을 불러모아 유토피아를 건설하지만 그도 끝내 파산하고 먼 타지에서 죽고 맙니다. 이들 마음안에 극복하지 못했던 이기주의적 욕망과 빈곤에 대한 두려움으로 우애의 낙원은 계속 분열하게 됩니다. 이들의 욕망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욕망을 하나의 규율로 묶어낼 수 있을까요? 술, 담배, 코르셋, 생과일 먹기 등과 소소한 욕망으로 이기주의가 생기로 분열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여느 공동체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갈등입니다.
생시몽주의자에서 과학적인 푸리에주의자로 변신했던 데지레 베레는 지상에서의 삶은 고달팠지만, 다르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느껴왔고 상상하고 꿈꾸었습니다. “이성과 양심이 다스리는 사회를 수립하는 것, 왕이 없는, 사제도 없는, 마음의 귀족 말고는 귀족이 없는, 빈자도 부자도 없는, 독재도 억압도 없는 지상낙원”(p.483)을 이루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그녀가 말한 것처럼 설령 이것이 부서질 수 있는 미망일지라도 우리를 끝까지 살아있게 합니다.
저희 3조 조장이자 열혈주의 감성파 휵샘, 낭만과 신성의 사도이신 동주샘을 비롯해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해방을 꿈꾸는 노동자-자유인이었습니다. 한 학기동안 무려 200년을 거슬러 비참한 삶을 극복하려 했던 프롤레타리아와 교감하면서 좀 더 능동적으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온갖 불화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 우애의 정원을 가꿀 수 있는지를 모색해야겠습니다. 동고동락하신 쌤들 감사합니다.
후기를 안/못 쓸수도 있었는데 에세이 시작하기 직전이라도 마무리 하신 점 박수쳐드립니다. 👏 저도 프롤레타리아의 밤을 읽으면서 뜻을 같이 하는 자들이 모인 공동체가 어떤 갈등을 겪고 분열을 통해 해체되는지, 욕망이 다른 자들이 한 배를 타고 가는 여정이 어떠한지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었고 많은 공부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랑시에르가 마지막에 담은 데지레 베레의 글로 마무리한 것은, 우리가 역시 꿈이나 비전은 필요없다거나 공동체 해봤자 갈등만 있지라는 냉소나 허무주의로 가기보다는, 비록 실패로 끝날지라도 비전을 갖고 이를 실천해나가는 삶이 고귀한 것임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 저희도 집단 비평 에세이라는 실험을 마무리했는데요. 비록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다는 결과에 이르렀지만, 모두가 공감하거나 받아들이는 내용은 결국 상식적이거나 일반적인 얘기라는 걸 알게되었죠. 같이 뭘 만들어갈 때 뾰족하거나 날카로운 걸 어떻게 담을 수 있는가라는 숙제도 얻었고요. 샘 말씀처럼 온갖 불화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 우애의 정원을 가꾸어 나갈지 2학기에도 능동적으로 실천해보아요. 후기 덕분에 잊었던 프밤을 다시 상기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늦은 반디샘 후기에 늦은 답글… 🙂 샘 후기 글에서 프밤에 대한 열정과(무려 예습도 하셨던!) 낭만과 배움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다음 학기에 읽을 반딧불의 잔존에서 반디샘의 활약을 기대하며.. 정성어린 후기 감사해요 🙏👍